교육, 서로 배우기 ...

우리 아파트에서의 첫 실패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2020. 9. 14. 05:23

최근, 프리랜서 활동가로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잘 펼쳐나가기 위해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적어서 정리했고

각각의 아이디어마다 구체적인 살도 붙이며 기획을 해나갔다.

어린이나 교육과 관련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중 꽤 오래 생각했던 것들을 

변형하고 조합해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해봤다.

 

아무것도 못하고 흐르는 시간이 너무 답답해서

이번 주에는 되든 안되든 내 생각을 알려봐야지.

결과가 처참해도 해보기 전엔 몰랐던 것을 알게된다는 것에 기뻐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10주간의 '말랑말랑 공부방'을 열 계획이라고 광고를 만들어 붙였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공부(글쓰기, 책읽기, 말하기 공부 등)를 소개하고

간단히 나를 소개했다.

코로나19로 휴교가 길어지면서 힘들어하는 학부모도 많이 봐왔기에

돌봄을 위해서라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했다.

 

3일이 지났지만 아무에게도 문의조차 오지 않았다. 

추측해보건데

1. 우리 아파트엔 어린이가 별로 없고

2. 우리 아파트엔 이런 돌봄이나 교육이 필요한 이가 없고

3. 내 정보가 부족해서 선뜻 문을 두드리기 어렵고

4. 뭘 하는지 꼼꼼한 커리큘럼을 몰라서 / 교육의 질이 의심되어서

이런 이유로 연락이 없었을 것 같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기쁘게 마음먹고 광고를 떼어냈는데,

돌아와서 한참을 생각해봐도 다시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렵다.

 

마을 소식 밴드에 '모두 모여라!'하기도 어려운 코로나 시대인데다,

내가 가진 마땅하고 좋은 공간이 없으니

내가 있는 곳(우리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그렇게 알려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가보려는 계획이었는데...

 

다시 막막해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싶어 하면서도 그다지 적극적인 자세는 아닌 것 같다.

학교에서의 좋은 프로그램, 유명한 학원, 기관에서 여는 좋은 프로그램 등에는 관심을 가지는데

아직 나같은 시도는 낯설어서 그런 것일까?

도대체 학교도 공간도 소속도 없이, 나를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동네 프리랜서 활동가로 있는 것이 나의 길인 것 같은데

시작이 어렵다.

 

아무도 아이들을 내게, 내가 여는 프로그램에 맡기려/참여시키려 하지 않으니

진짜 내가 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인가 싶기도 하다.

곧 우리동네에 새 도서관이 개관하는데, 그 때 도서관을 통하면 방법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 아이를 낳는다면, 내 또래가 있을까? 공동육아가 가능할까?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나와 비슷한 온도와 색감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보고자 하는 이를 찾기 어렵다.

나름대로 삶의 방향이 명확한 분들은 아이를 키우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도 없어보인다. ㅠㅠ

(그래서 누군가와의 함께 교육이 별로 필요해보이지 않는다. 집에서 원하는 만큼의 교육이 이뤄지는가)

 

내 아이디어들 정말 반짝이는데!

어디에 어떻게 펼쳐놓아야 쓸모가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