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의 낙서들2020. 9. 14. 05:08

일자리도, 농업시설 지원도 아니고

집!

 

집을 저렴히 임대해주거나 마련해준다면

누구라도 살아볼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자리를 주면, 그 일자리만 보고서 살 곳을 결정하나?

그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그래도 그 일을 해야하나?

 

농사를 짓고 싶은 청년에게

청년농에 관한 정책과 혜택들을 펼쳐보이며 마구 유혹하지만

사실 집도 없이 덜컥 농사짓겠다고 와서

농사가 잘 맞지 않는 것을 알아버리면?

농사에 실패해버리면?

아니 지원해주는 시설들을 설치할 땅조차 없다면?

일단 집이라도 있으면 알아보러도 충분히 다니고,

실습을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을거다. 

 

정말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어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마땅히 머물 곳이 없어 헤매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누구보다 여기를 사랑해줄 이들인데!

 

'서랍의 낙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눈물을 내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울어야지.  (0) 2020.09.12
어쩌면  (0) 2019.09.26
외로움을 많이 탄다  (0) 2019.06.16
자꾸 서랍을 연다는 것  (0) 2019.01.20
..은 재방송  (0) 2018.10.03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서랍의 낙서들2020. 9. 12. 19:00

 

 

산내에서 만난, 비슷한 문제를 겪은 또래 친구들이"그렇게 고통스럽고 자꾸만 떠오르고 불편한 시간들이 괜찮아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일거야." 라고 위로해주었다. 그게 정말 위로가 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측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대할 수 없는데, 그 문제로 오랫동안 괴로워하고 있는 내가 억울했기 때문이다.

 

아마, 아주 서서히일지도 모르지만 그 공동체의 문제는 점점 더 또렷히 드러날 것이고, 감추고 덮는 것이 한계에 닿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나같은 사람, 친구들 같은 사람들은 차곡 차곡 쌓여가겠지. 스쳐가는 사람은 그저 스쳐간 그 뿐이지만, 나같은 사람은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이니까. 때가 되면 말할 기회가 오겠지. 아니면 누군가 무언가 그 말을 대신할 날이 오겠지.

 

그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 공동체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더 나은 삶을 만들며 살 수 있겠지. 적어도 같은 종류의 부끄러움을 스스로 만들며 부끄럽게 살지 않겠지. 부끄러움은 그 공동체의 몫인 것을. 

 

공동체는 너무나 두껍고 단단하지만, 사실 그걸 구성하는 건 너무 가벼운 모래들이었다. (모래들아 미안.) 건드리면 부서질 관계들 뿐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들의 질문이 오래 남았다. "누가 그렇게 힘들게 한 지 모른다. 그 공동체는 나를 힘들게 했는데, 그 공동체의 누가 나를 힘들게 한 건지 모르겠다." 

 

산내 친구들도 나와 너무도 닮은, 그런 고통을 겪었는데, 미안하고 아이러니하지만 너무나 부러웠다. 함께 겪는 이가, 마음을 모을 이가 여럿이라니! 멀리서 마음으로 함께하는 이웃-이 되고 싶었다.

 

내가 흘린 눈물만큼 그 공동체가 부끄러움으로 몸부림치면 좋겠다. 모든 아픔을 외면하고 적당히 넘기며 자신있게 사랑과 평화를 말하고 있는 그들이, 천천히 오래 많이 아팠으면(서서히 부끄러워 결국엔 견디기 힘들면) 좋겠다. 내 눈물을 내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울어야지. 

 

 

'서랍의 낙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이 농촌에 살기 위해 필요한 것  (0) 2020.09.14
어쩌면  (0) 2019.09.26
외로움을 많이 탄다  (0) 2019.06.16
자꾸 서랍을 연다는 것  (0) 2019.01.20
..은 재방송  (0) 2018.10.03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서랍의 낙서들2019. 9. 26. 23:40
긴 싸움이 또 시작된건지도 모르겠다.
싸울 만한 일인가? 스스로 물어도 답은 잘 모르겠다.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서랍의 낙서들2019. 6. 16. 15:06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많이 들었던 얘기인데, 아마 최근에서야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외로워한다는 것이 내게는 부정적이기만 했나보다. 약해보이고.

외로움에 늘 축축하게 젖어있는 한 사람을 너무 가까이서 오래 보아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럿이 있으면 좋고, 혼자 있으면 혼자여서 또 좋고.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여럿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 있으면 더 외로운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다.

그건 정말 못났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내가 그렇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근엔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면서도,

언젠가 누군가 와 줄 것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혼자 놀고 싶지만, 카페에서 사람소리라도 들어야 놀 맛이 나고,

혼자 신나게 놀았던 이야기를 자꾸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고.

 

누가 외롭게 하더라도, 또 상상하지 못했던 외로움이 와도

마주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맘먹게 되는 걸 보니

외로움을 잘 타고, 그런 상황을 두려워도 하는가보다.

 

음. 내 환경과 상황이 그런걸까? 내가 그런 사람일까?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서랍의 낙서들2019. 1. 20. 00:48

이게 내 삶에 아무 의미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니어야 한다

무슨 의미가 있기라도 하면 뜨악.

정말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아무래도 모르겠다

정말 이번에도 시간이 다 해결해줄까?

이러나 저러나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말 거다

언젠가 와르르 나를 덮치면 그대로 잠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은 일단은 일단은 모르겠으니까...

그냥 가끔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것처럼.

그러다 또 열었다 닫았다

그 서랍 있는 줄도 모르는 것처럼 하겠지...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서랍의 낙서들2018. 10. 3. 15:34

나도 언젠가 머지않은 날에
내가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면 어쩌지 싶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들고 나서, 모두 다 지나버리고 나서
후회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

지난날 우주가 나를 돕고 있다고,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하던 내 말이 진짜면 좋겠다고 믿어주던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여전히 어두운 방.. 아무도 없어보이지만 작은 초처럼 
내가 빛나고 있노라고 스스로 믿고 또 믿기를 바랄 뿐이다.

핫초코가 생각나는 겨울이 온다.
늘 후후불면 입김이 나는 그때의 그 시공간들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나는 여전히 여기에서 그때와는 다른 고통의 시간을 산다. 고통스럽다는 절규를 할 것만 같다.
사랑은 얼마만큼 내 삶에 입혀져 있고, 사랑했거나 사랑하는 그 사람들과 나는 얼마만큼 이어진 걸까.
같은 싸움, 비슷한 만남, 같은 눈물, 비슷한 불만에 나이만 좀 더 먹고 사람만 달라진다던 사랑은 재방송..
그게 아니라 한 번도 같은 적 없던 만남들을 하는데 사람은 나인듯 그인듯 아닌듯 자꾸만 겹쳐보이는 사람은 재방송이다.
앓는다. 자꾸. 사랑이 편안하면 좋겠다.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
서랍의 낙서들2018. 9. 19. 18:17

친구와 나누던 대화 중

"더 산 사람들이 들으면 웃기다 할 지 모르겠지만,
살면 살수록 점점 더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살아지는 것 같아.
그래서 원래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게 '내 삶'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 같아.

청소년 때, 아니면 20대 초반에는
'이런 성격을 가져야지.', '이런 일을 해야지.',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 '이런 사람을 되어야지.' 하면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어갈 수 있었는데
점점 더 내가 생각지 못한 인연과 일과 .. 그런 것들이 내 삶을 채우고 있어.
그게 내 삶의 방향마저 바꿔버리면 어쩌나 두렵기까지 하잖아.
이걸 내 삶이라고 아껴줘야 한다니, 정말 어려워."

이러니 '이렇게 살겠어.' '제대로 살겠어.' '정직하게 살겠어.' 뭐 이런..
삶의 태도를 어떻게 가지겠다는 마음을 먹기 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더욱더 편한 쪽으로, 되는대로 막 사는 게 쉬운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누군가 했던 말처럼
'멋지게 살 도리가 없는 세상에서 멋지게 살자고 말하는 건 얼마나 멋진가. 그 무모함은.'


-
리베카솔닛 <걷기의 인문학> 책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었는데
(당장 토요일이 독서모임이다. 다 읽어가야 한다. 심지어 글도 한 편 써가야 한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예상하지 못했던..
누군가에겐 돈 '몇 푼'일 그 적은 월급을 미루고 못 받아서 독촉하며 다투는 문자와
쓸데없이 다정한 한 통의 전화 통화와
뭐 그런 것들이 나의 하루를 뒤흔들고 끌어당기고 마는..
그 괴로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서랍의 낙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눈물을 내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울어야지.  (0) 2020.09.12
어쩌면  (0) 2019.09.26
외로움을 많이 탄다  (0) 2019.06.16
자꾸 서랍을 연다는 것  (0) 2019.01.20
..은 재방송  (0) 2018.10.03
Posted by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